“소방차 막는 불법주차 강제처분 시 상훈·가산점 부여”… 손해배상 1원도 못 받아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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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강제처분 제도 있어도 현장 부담에 실효성 제로
7년이 넘도록 고작 5건에 불과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8년 6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7년이 넘도록 실제 강제처분은 단 5건에 불과했다.

불법주차 차량 강제처분 훈련
불법주차 차량 강제처분 훈련 /사진=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지난해 한 해에만 43건의 소방차 도착 지연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현장에서 강제처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정부가 새로운 대책 마련에 나섰다.

99.8% 필요성 공감하지만 민원 부담에 손 못 댄다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차 밀기' 훈련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차 밀기’ 훈련 /사진=연합뉴스

소방청이 지난해 8월 소방공무원 4,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강제처분 제도의 필요성에 99.8%가 공감했다. 그럼에도 실제 집행률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명확했다. 현장 대원들이 민원 부담과 손해배상 우려, 판단의 책임을 오롯이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강제처분 건수는 2021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0건, 2025년 1건으로 매년 한두 건에 그쳤다.

특히 2021년 4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발생한 최초 사례는 제도 시행 후 무려 2년 10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당시 골목길 불법주차 승용차의 옆면을 파손하고 진입한 사례가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19상황실이 직접 판단하고 지시한다

지난 9일 대구시 중구 상가 건물에 난 화재
지난 9일 대구시 중구 상가 건물에 난 화재 /사진=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 1월 8일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강제처분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주문했다. 핵심은 현장 대원의 판단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현장 대원이나 지휘관이 직접 강제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119상황실이 소방차 전방 카메라와 관제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판단해 명확히 지시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현장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면 상황실에서 영상을 확인한 뒤 강제처분 권고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강제처분을 적극적으로 집행한 소방관서와 개인에게는 상훈,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시·도 소방본부 소방정책 평가에 강제처분 실적을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불법주차는 손실보상도 받을 수 없다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차량 손괴' 훈련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차량 손괴’ 훈련 /사진=연합뉴스

소방기본법 제25조는 소방차 통행이나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차량과 물건을 제거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강제처분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차량을 들이받고 진입하거나, 견인차로 이동시키거나, 차량을 밀어서 공간을 확보하거나, 차 위에 사다리차를 설치하거나, 창문을 파괴하고 호스를 연결하는 방식 등이다.

이때 합법적으로 주차된 차량이라면 손실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받을 수 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은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방청은 향후 민원과 보상, 소송 등 사후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도 검토 중이며, 강제처분 집행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화재 현장으로 출동 중인 소방차
화재 현장으로 출동 중인 소방차 /사진=연합뉴스

골든타임을 놓친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불법주차로 인한 소방차 통행 방해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제도가 있어도 쓰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불법주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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