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정체성 논란 속에 공개된 페라리 루체는 전동화 전환이 슈퍼카 특유의 희소성과 시장 가치에 미칠 장기적 파급력을 시사합니다.

핵심 사항
- 페라리가 애플 전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협업해 브랜드 최초의 4도어 순수 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공식 공개했습니다.
- 루체의 가격은 약 64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며 공개 직후 페라리 주가는 전 회장의 혹평과 여론 악화로 6%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 전통적인 희소성 마케팅 대신 신규 고객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판매 정책을 도입해 향후 브랜드 가치 변화가 예상됩니다.
초고가 슈퍼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해온 페라리가 전동화의 문을 두드렸다. 4도어 순수 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공식 공개하며 브랜드 전동화 시대의 서막을 알렸지만, 공개 직후 터져 나온 반응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순한 디자인 호불호를 넘어, 23년간 페라리의 정체성을 손수 빚어온 전 회장 루카 디 몬테제몰로가 공개적인 혹평을 쏟아내면서 논란은 브랜드 철학 전체를 향한 문제 제기로 번졌다.
조니 아이브가 설계한 루체, 왜 논란인가

루체 디자인은 애플 아이폰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기존 페라리 특유의 긴 보닛과 날렵한 비례 대신, 매끈한 패스트백 실루엣과 둥근 모서리, 전자기기를 연상시키는 곡면 위주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레딧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즉각 조롱 밈이 확산됐다. “위에서 보면 아이폰 같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고, “야성을 잃었으니 엠블럼의 야생마도 강아지로 바꿔야 한다”는 과장된 비판까지 등장했다.

“왜 전기차는 반드시 전자기기처럼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의도 커뮤니티 곳곳에서 제기됐다. 가격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약 64만 달러(약 9억 6,100만 원)로 책정된 루체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 등 동급 초고성능 전기 스포츠 세단보다 높은 가격대에 자리하며, 기존 내연기관 페라리 GT 플래그십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 회장의 경고가 던진 무게

몬테제몰로는 1991년부터 2014년까지 약 23년간 페라리를 이끌며 연간 생산량을 약 7,000대 수준으로 제한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차’라는 희소성 이미지와 ‘페라리스트’라 불리는 충성 고객층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루체에 대해 “내가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면 페라리에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는 지금 하나의 전설을 파괴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적어도 저 차에서만큼은 페라리의 로고를 빼버렸으면 좋겠다”, “저 자동차만큼은 중국 브랜드들이 우리를 따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금융시장도 움직였다. 루체 공개 직후 페라리 주가는 6% 가까이 하락했으며,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함께 힘을 얻었다.

페라리 루체는 전통적 희소성 전략과 전동화 시대 신시장 개척이라는 두 방향 사이에서 브랜드가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주는 실험적 모델이다.
특히 기존 한정판에서 유지되던 컬렉터 우선 배정 관행을 깨고 신규 고객에게도 동등한 우선권을 부여한 정책은, 새로운 고소득 전기차 고객층을 겨냥한 의도가 뚜렷하다.
다만 이번 논란은 향후 페라리 전동화 전략이 얼마나 순탄할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됐다. 충성 고객층의 반발과 금융시장의 냉랭한 평가가 동시에 터져 나온 만큼, 루체가 새로운 전기차 수요층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가 페라리 브랜드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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