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는데도 벌써 완판이라고?”… 혹평 가득했던 10억짜리 페라리, 이제 없어서 못 사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았던 페라리 루체가 중국 시장에서 사전 계약 88대를 달성하며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라리 루체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핵심 사항

  •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는 1,000마력 이상의 출력과 122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530km 이상 주행할 수 있습니다.
  • 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가 참여한 4도어 5인승 디자인에 대한 혹평으로 주가가 8.37% 급락했으나 중국 초도 물량 88대는 완판되었습니다.
  • 중국 판매가는 유럽 대비 7% 낮은 약 9억 380만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초고액 자산가에게 적합합니다.

전통의 슈퍼카 명가 페라리가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 최초 공개된 ‘루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하는 이름처럼 브랜드의 새 장을 열겠다는 페라리의 의지를 담은 모델이다.

그러나 공개와 동시에 외관 디자인을 둘러싼 혹평이 쏟아지고 주가까지 급락하면서, 루체를 향한 시장의 첫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반전은 중국에서 일어났다.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첫 공개 행사에서 페라리가 현지 초도 물량으로 배정한 88대는 판매 개시와 동시에 전량 계약이 완료됐다.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초고액 자산가들이 먼저 지갑을 열었고, 페라리 CEO 베네데토 비냐는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라리 역사상 첫 5인승 모델

페라리 루체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루체는 페라리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순수 전기차라는 타이틀과 함께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4도어 5인승 배치를 채택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낮고 좁은 2인승 레이아웃이 페라리의 정체성으로 굳어있던 터라,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춘 이 구성 자체가 하나의 선언처럼 받아들여졌다.

제원은 논란 이전에 먼저 주목받을 만하다. 4개 모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은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며, 122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53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공차중량 2,260kg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2.5초, 200km/h까지는 6.8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310km/h 수준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포함한 핵심 전동화 부품은 모두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자체 개발·생산했고, 프로젝트 과정에서 60건 이상의 신규 특허를 확보했다.

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의 결과물, 팬들의 냉랭한 평가

페라리 루체 실내
페라리 루체 실내 / 사진=페라리

루체 개발에는 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 러브프롬이 참여했다. 전륜 23인치, 후륜 24인치의 대형 휠과 4도어 5인승 패키지를 아우르는 실루엣은 기존 페라리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페라리는 이를 두고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통적 페라리 팬층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격적인 프런트 마스크와 날카로운 차체 라인 대신 부드럽고 정제된 형태를 택한 루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매체는 기존 페라리 특유의 감성 요소가 사라졌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전 회장 루카 디 몬테제몰로 역시 “그 차에서 엠블럼을 떼어냈으면 좋겠다”라며 루체의 디자인과 헤리티지 계승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공개 직후 페라리 주가가 단 하루 만에 8.37% 급락한 것은 이러한 우려가 투자자들에게도 번졌음을 보여주는 지표였고, 이에 따라 인사 변화도 뒤따랐다.

이탈리아 현지보다 싸게 파는 페라리

페라리 루체 실내
페라리 루체 실내 / 사진=페라리

페라리 가격과 물량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현지 판매 가격은 398만 8,000위안으로, 한화 약 9억 380만 원 수준이다. 유럽 기준 55만 유로(약 9억 6천만 원) 대비 약 7% 낮게 책정되었는데, 통상 수입 관세 등으로 해외 판매가가 본국보다 높게 형성되는 페라리의 관례와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셈이다.

초도 물량을 88대로 한정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문화에서 숫자 8은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길한 숫자로 여겨지는데, 페라리는 이를 마케팅 장치로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 사양보다 ‘페라리’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중시하는 중국 초고액 자산가들의 구매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판매 개시와 동시에 88대 전량이 계약을 마쳤고, 이는 디자인 논란을 단숨에 누른 브랜드 파워의 방증이 됐다.

페라리 루체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루체의 등장은 전통 슈퍼카 브랜드가 전동화 전환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보여주는 사례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혹평과 주가 급락이라는 초기 역풍에도 중국 시장에서 즉시 완판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자체’가 성능과 디자인보다 더 강한 구매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페라리 루체는 이탈리아 감성과 초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넉넉한 공간감을 원하는 상위 자산가에게 적합한 선택지다. 다만 논란이 진행 중인 만큼 페라리의 중국 내 장기 판매 추이, 가격 정책의 지속 여부, 그리고 디자인·헤리티지 논쟁이 향후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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