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치솟는데”… 참다못한 운전자들, 결국 전기차 판매량 170% 폭증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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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 롤러코스터
국내 경유 가격 1,900원 돌파 3년6개월 최고
유가 불안 속 국내 전기차 판매 급증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사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선 이례적인 기록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여파로 원유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2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3만 5,766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0% 가까이 늘었다.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국내 유가 불안과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와 함께 빠르게 치솟는 국내 기름값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몰린 시민들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몰린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자 국제 유가는 빠르게 뛰어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한때 110~120달러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BS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히고 G7이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언급하자 WTI는 곧바로 88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하루 사이 20달러 안팎의 낙폭이었다.

국내 기름값도 함께 움직였다. 3월 7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07원으로 2022년 8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1,900원을 넘어섰다. 휘발유는 1,886원으로 1,900원에 근접했으나 아직 미달이다. 서울은 이미 경유 1,962원, 휘발유 1,941원으로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테슬라·볼보가 가격을 내리자 기아도 내렸다

테슬라 모델 3
테슬라 모델 3 /사진=테슬라

유가가 오르는 동안 전기차 가격은 반대로 내려갔다. 테슬라코리아가 모델 3 기준 최대 940만 원을 인하한 데 이어, 볼보코리아도 EX30 가격을 761만 원 낮추며 3월 1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기아 역시 1월 22일 EV5 롱레인지를 280만 원, EV6를 300만 원 인하하며 가격 경쟁에 합류했다. 현재 EV5 롱레인지 에어 트림은 서울 기준 보조금 포함 실구매가가 3,728만 원까지 내려간다.

현대차도 3월 계약·4월 출고 기준으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 코나 일렉트릭에 100만 원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기아, 한 달에 전기차 1만 4,488대 팔았다

기아 전기차 PV5
기아 PV5 /사진=기아

이 같은 흐름이 판매 현장에서 숫자로 드러났다. 기아는 2월 국내에서 전기차 1만 4,488대를 판매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만 대를 넘어섰다. 종전 최다 기록인 2023년 2월의 7,686대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모델별로는 PV5가 3,967대로 1위를 차지했고, EV3가 3,469대, EV5가 2,524대로 뒤를 이었다. 테슬라와의 격차를 두 배 이상으로 벌리며 국내 전기차 1위 자리를 독주하는 모양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유가 정보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유가 급등이 전기차 전환의 촉매로 작용하는 동시에, 제조사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두 요인이 겹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내연기관차를 유지하더라도 유류비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전기차 실구매가와 보조금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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