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행자 모두 살렸다”… 단, 3m로 ‘사고·과태료’까지 막는 역대급 정책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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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교차로 코너에서 3m 이격
우회전 시 시야·반응 시간 확보, 충돌 위험 감소
전국 확대 적용 예정

교차로 우회전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 하나다. 운전자는 고개를 빼고 A필러 사각지대에 가려진 보행자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보행자는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차량의 움직임에 가슴을 졸인다.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 사진=연합뉴스

이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을 해결하기 위한 작지만 위대한 변화가 시작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우회전이 시작되는 지점으로부터 3미터 뒤로 옮겨 설치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는 경찰청의 공식 업무편람에도 반영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 사진=연합뉴스

단 3미터의 거리가 어떻게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시간과 시야에 있다. 기존의 횡단보도는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교차로 코너에 바싹 붙어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우회전을 시작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왼쪽 A필러(차체 기둥)에 시야가 가려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보행자 역시 코너를 도는 차가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횡단보도를 3미터 뒤로 옮기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운전자는 핸들을 꺾기 전, 직선 구간에서 충분한 거리와 시야를 확보한 채 횡단보도의 보행자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행자 역시 우회전하려는 차량의 접근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전국 10개 교차로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실험 결과, 이 3미터의 거리는 차량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차량과 보행자 간의 충돌 위험을 평균 7%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교차로 우회전 횡단보도 위치 3M 이격 권장 / 사진=연합뉴스

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횡단보도 3m 이격 설치 기준은 이제 경찰청의 2024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에 공식적인 권장 기준으로 포함됐다. 이는 더 이상 연구실 안의 이론이 아닌, 실제 도로 설계와 시공 현장에서 적용되는 국가적 표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전국의 수많은 기존 교차로들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준의 신설은 과거 ‘차량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던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이, 마침내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사건이다.

운전자에게는 더 넓은 시야를, 보행자에게는 더 긴 안전거리를 제공하는 생명을 살리는 3미터가 우리 동네 교차로에도 하루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체 댓글 1

  1. 원래 저따위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딱 붙여 놓은 인간 아직 공무원이면 당장 짤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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