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먼저 돌파했다”… 한번에 1,000km 달리는 배터리 양산에 한국 업계 ‘초비상’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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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GAC그룹, 전고체 배터리 양산
60Ah급 셀 생산 성공과 건식 공정 도입
삼성SDI의 2027년 목표를 앞지르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승부처로 꼽힌다. 일본 도요타, 한국의 K-배터리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가 개발에 몰두하는 가운데, 중국의 GAC그룹이 업계 최초로 양산 조건을 충족한 생산 라인 가동을 선언하며 글로벌 경쟁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GAC 생산 라인에서 제작되는 차량용 60Ah+ 전고체 배터리
GAC 생산 라인에서 제작되는 차량용 60Ah+ 전고체 배터리 /사진=GAC

이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CATL, BYD, SAIC 등 주요 기업을 묶어 출범시킨 CASIP(전고체 배터리 협력 혁신 플랫폼)의 첫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GAC그룹의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 장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GAC가 가동한 생산라인은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의 핵심 관문인 60Ah(암페어시) 이상급 셀 제조가 가능하다.

GAC그룹의 전고체 배터리
GAC그룹의 전고체 배터리 /사진=CCTV.com

현재까지 연구개발 단계에서 확보된 전고체 셀은 대체로 20~40Ah 수준에 머물러 실차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GAC의 60Ah 셀 안정적 제조 성공은 실차 탑재에 요구되는 최소 사양을 돌파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GAC는 슬러리 준비, 코팅, 롤링을 통합하는 건식 공정을 채택하여 생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전고체 전해질의 높은 제조 단가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GAC 하오보 A800
GAC 하오보 A800 /사진=GAC

이러한 기술적 진전은 전기차 시장에 파괴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관련 업계는 완성도 높은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km까지 확대되고, 충전 시간 단축과 안전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GAC그룹은 2026년 소규모 차량 시험을 거쳐 2027년부터 2030년 사이 단계적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현실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는 K-배터리 선두 주자인 삼성SDI가 2027년 양산 목표를 가지고 현재 시제품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로드맵과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이 기술 격차를 완전히 줄이고 양산 시점을 동등하게 가져간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GAC 아이온 V
GAC 아이온 V /사진=GAC

중국의 전고체 배터리 속도전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통합된 공급망에 힘입고 있다. 중국은 10년 연속 글로벌 최대 전기차 생산 및 수요 시장(지난해 1,286만 6천 대 판매)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생산, 소재 조달, 차량 조립까지 전기차 공급망이 수직 통합되어 있어 기술 혁신에서 대량 생산까지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지난해 이미 60억 위안(약 1조 2,435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GAC 전고체 배터리
GAC 전고체 배터리 /사진=GAC

이는 K-배터리 산업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1,172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초기 투자액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오우양 밍가오 중국 청화대학 교수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사가 주요 국가와 격차를 크게 줄였다”고 평가했다. 자본력의 격차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양산 준비 단계에서 중국을 추격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GAC 하이퍼 GT
GAC 하이퍼 GT /사진=GAC

GAC와 더불어 BYD 역시 2027년 황화물 기반 시험 생산을 예고하며 2030년 자사 주력 전기차 탑재를 목표하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 다수가 CASIP라는 국가 플랫폼 하에 상용화 채비를 갖추면서,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고체 기술의 선점이라는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초기 산업화 단계를 중국에 내줄 위험에 직면했다.

중국이 전고체 배터리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K-배터리가 선점했던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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