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과잉 생산에 제동 건다
전기차·배터리 산업 최대 30% 감산 검토
한국에 기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협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산업의 무분별한 과잉 생산과 출혈 경쟁에 마침내 칼을 빼 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방정부 관료들의 과잉 투자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강제 감산을 포함한 대대적인 공급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시행되는 국가 주도의 공급 통제로, 자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고 미국·유럽연합(EU)과의 무역 마찰까지 완화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후유증이 있었다. 130개가 넘는 전기차 브랜드가 난립하며, 시장 점유율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이 일상화되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약 550만 대)을 중국이 차지했음에도,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순이익률은 3.5% 이하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회의에서 “모든 성이 AI와 전기차 같은 분야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나”라고 직접적으로 질타하며, 지역 경제 성과에만 눈이 멀어 책임감 없이 유사 프로젝트를 난립시키는 지방 관료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9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 개혁 방안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포함한다.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과잉 생산이 심각한 첨단 산업의 생산 능력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30% 규모의 강제 감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부채에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퇴출시키고, 노후화된 공장을 폐쇄하며,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조치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소수의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 전환은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저가 전기차의 무분별한 공세가 일부 완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한숨 돌릴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대표 챔피언’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10년 만의 공급 개혁은 자국 전기차 시장의 ‘광란의 파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제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 질적 성장과 구조조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 거대한 전환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겠지만,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제 ‘질서’를 찾아가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에 대비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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