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석같이 믿었는데”… 고속도로서 20명 숨진 ‘이 기능’, 치사율 66%의 현실

편의를 돕기 위한 기능의 어두운 현실, 치사율은 66.7%
ACC 과신이 부른 참사, 전방주시 태만이 사망자의 75% 차지

자동차 편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켜고 달리는 운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속도와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ACC는 장거리 운전 피로를 줄여주는 기능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이를 자율주행으로 오해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설 연휴 서울톨게이트
설 연휴 서울톨게이트 /사진=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고속도로에서 ACC가 작동 중인 상태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0건으로, 이 사고들로 인한 사망자가 20명, 부상자가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사고 대비 6.7배, 숫자가 말하는 ACC의 위험성

호남고속도로 ACC 사고 현장
호남고속도로 ACC 사고 현장 /사진=한국도로공사

단순히 사망자 수만 보면 20명이라는 숫자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치사율로 환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CC 작동 중 사고 30건에서 사망자가 20명으로, 치사율은 66.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고속도로 사고의 평균 치사율이 약 10.0% 수준임을 감안하면, ACC 작동 중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사고 대비 약 6.7배에 이르는 셈이다.

연도별 사망자 추이를 보면 2021년 1명, 2022년 4명, 2023년 2명이었던 것이 2024년에는 11명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도 2명이 숨졌다. 전체 고속도로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ACC와 2차 사고가 만나면 치사율은 100%를 넘는다

중부내륙고속도로 ACC 사고 현장
중부내륙고속도로 ACC 사고 현장 /사진=한국도로공사

ACC 사고 중에서도 2차 사고는 더욱 치명적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ACC 작동 중 2차 사고가 0건이었으나, 2024년 3건, 2025년 4건으로 빠르게 늘었다. 5년간 발생한 7건의 ACC 2차 사고에서 사망자는 8명으로, 치사율이 114.3%에 달한다. 한 건의 사고에서 평균 1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2024년 6월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는 ACC를 켠 차량이 단독 사고로 전복된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아 전복 차량 운전자가 사망했고, 같은 해 8월 영동고속도로에서도 ACC 주행 차량이 사고로 정차 중인 차량 후미를 추돌해 운전자가 숨졌다.

2025년 1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정속주행장치를 켠 채 졸음운전하던 차량이 사고 수습 현장을 들이받아 경찰과 견인차 기사 2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망자 4명 중 3명, 원인은 ‘전방주시 태만’

자동차 ACC 버튼
자동차 ACC 버튼 /사진=게팅이미지뱅크

ACC 관련 사고 30건의 원인을 분석하면, 25건(83.3%)이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나머지 5건은 졸음운전이었다. ACC 사고 사망자 20명 중 15명(75%)이 전방주시 태만으로 숨졌고,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은 5명이었다.

결국 ACC를 켠 뒤 운전대에서 눈과 주의를 뗀 것이 대부분의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박성훈 의원은 ACC가 운전 보조 장치일 뿐 자율주행이 아니며, 차량 판매 단계에서 기능의 한계와 위험성을 운전자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경부고속도로
설 연휴 마지막 날 경부고속도로 /사진=연합뉴스

ACC 보급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운전자의 인식 변화가 함께 요구된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ACC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핸들을 잡은 채 전방을 주시하는 기본 원칙만큼은 어떤 기능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통계는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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