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존심이 무너졌다”… 30개월 만에 만든 730km 주행 ‘이 차’의 정체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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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샤오펑 합작의 ‘ID. 유닉스 08’
LFP 배터리로 최대 730km 주행
유럽 수출 계획이 없는 중국 내수용 모델

독일 자동차의 자존심이 중국 기술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폭스바겐이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과 손잡고 개발한 전기 SUV ‘ID. 유닉스 08(ID. Unyx 08)’이 지난 11월 정식 공개됐으며, 22일(현지시간) 주행거리를 공식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사진=폭스바겐

이 차는 폭스바겐 안후이(Volkswagen Anhui) 합작사에서 생산되며, 800V 초고속 충전 아키텍처와 최대 730km 주행거리를 무기로 중국 프리미엄 EV 시장을 정조준한다. 눈에 띄는 점은 기술의 뿌리다. 차체 플랫폼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샤오펑 G9의 기술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폭스바겐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Cariad는 24억 유로를 쏟아부었지만 참담하게 실패했다. 전동화 전환도 경쟁사 대비 2~3년 늦었고, 중국 시장 판매는 추락했다. 결국 샤오펑의 SiC 전용 EV 플랫폼을 빌려 개발 기간을 30개월로 단축했다.

폭스바겐 기준으로는 3~5년 걸리는 작업을 60%나 줄인 셈이다. 하지만 유럽 수출은 없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다르다”며 ID. 유닉스 08의 유럽 출시를 공식 배제했다. 중국 내수용으로만 팔린다는 얘기다.

샤오펑의 전기차 기술 탑재한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사진=폭스바겐

ID. 유닉스 08은 82kWh와 95kWh 두 가지 배터리 옵션으로 출시된다. 배터리는 CATL에서 공급하는 LFP(리튬인산철) 방식이다. 중국 CLTC 기준 주행거리는 트림에 따라 630km에서 최대 730km에 달한다. 유럽 WLTP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0% 수준이므로, 실제 주행거리는 500~580km 정도로 예상된다.

파워트레인은 싱글모터와 듀얼모터로 나뉜다. 싱글모터는 최고출력 230kW(308마력)를 발휘하고, 듀얼모터는 전륜 140kW(188마력)와 후륜 230kW(308마력)를 조합해 시스템 총출력 496마력(370kW)을 뽑아낸다.

800V 아키텍처 덕분에 10~80% 충전 시간은 약 20분 내외다. 샤오펑 G9가 525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ID. 유닉스 08도 300kW 이상 출력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전장 5,000mm로 유럽 규제 기준선 맞춰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사진=폭스바겐

차체 크기는 전장 5,000mm, 전폭 1,954mm, 전고 1,672~1,688mm, 축간거리 3,030mm다. 미국 기준으로는 중대형 SUV급에 해당한다. 여기서 전장 5,000mm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영국과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비상업용 차량의 5,000mm 초과 진입 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ID. 유닉스 08은 이 기준선에 정확히 맞춰 설계됐다. 유럽 브랜드가 중국에서 개발하는 전기차임에도 글로벌 규제 환경을 의식한 흔적이다.

폭스바겐 ID. 유닉스 실내
폭스바겐 ID. 유닉스 실내 /사진=폭스바겐

실내는 L2++ 자율주행 시스템과 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며, AI 음성 비서와 주차 지점 간 자동 주행 기능까지 탑재된다. 외관은 프레임리스 도어와 블랙 A필러로 프리미엄 감성을 강조했다.

5인승 레이아웃이며, 샤오펑 G9와 기술 플랫폼이 거의 동일하다. 폭스바겐 안후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35만 대로, ID. 유닉스 06(소형 SUV), ID. 유닉스 07(세단)도 함께 라인업에 포함된다.

현재는 수출 없고 중국 내수용으로만 판매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사진=폭스바겐

가격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책정이 예고됐다. 중국 내 테슬라와 현지 전기차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다. 다만 ID. 유닉스 08의 글로벌 수출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폭스바겐은 2025년 11월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ID. 유닉스 08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다르다”며 유럽 수출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다른 지역 수출도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없다.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폭스바겐 ID. 유닉스 08 /사진=폭스바겐

결국 ID. 유닉스 08은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물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의 프라이드는 샤오펑의 플랫폼 앞에서 무너졌고, 개발 속도와 비용 절감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730km 주행거리와 800V 충전은 인상적이지만, 이 기술은 폭스바겐이 아닌 샤오펑의 것이다. 2026년 상반기 중국 내 생산이 시작되면, ID. 유닉스 08이 중국 프리미엄 EV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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