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렇게 나왔으면”… 주가까지 흔들린 ‘굴러다니는 아이폰’에 뿔난 팬들

전통적 미학과 미니멀리즘의 충돌로 불거진 루체 디자인 논란은 브랜드 전동화 과정에서 페라리가 직면한 정체성 확립의 과제를 시사합니다.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사진=유튜브 ‘뉴욕맘모스’

핵심 사항

  • 페라리가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를 공개한 직후 밀라노 증시에서 주가가 한때 8% 가까이 급락하며 디자인에 대한 팬들의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 루체는 전 애플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스튜디오가 디자인을 맡아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반영했으며 최초로 5인승 구조와 쿼드 모터를 탑재했습니다.
  •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뉴욕맘모스가 차체를 낮추고 카본 스플리터와 레이싱 휠을 더해 슈퍼카 감성을 살린 대안적 리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페라리가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를 공개한 직후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공개 소식이 전해지자 밀라노 증시에서 페라리 주가가 한때 8% 가까이 급락했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굴러다니는 아이폰”, “애플카가 페라리 마크 달고 나왔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페라리 특유의 관능적인 디자인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낯선 미학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동차 리디자인 콘셉트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뉴욕맘모스(New York Mammoth)가 루체의 대안적 디자인을 제안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조니 아이브의 미학, 페라리와 충돌하다

페라리 루체
페라리 루체 /사진=페라리

루체의 디자인은 전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와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공동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LoveFrom이 맡았다. 두 사람은 2019년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 직후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페라리는 LoveFrom의 대표적인 자동차 협업 클라이언트다.

기존 페라리가 내부 디자인 센터인 스틸레 페라리를 중심으로 모든 차량을 설계해온 것과 달리, 외부 스튜디오에 전권을 넘긴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장식 배제, 면과 선의 정제로 요약된다.

페라리 루체
페라리 루체 /사진=페라리

애플 제품에서 수십 년에 걸쳐 검증된 이 철학이 루체에 그대로 이식되면서, 전통적인 페라리 스타일을 기대했던 팬들과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쿼드 모터를 탑재하고 페라리 최초로 5인승 구조를 채택한 루체는 성능과 실용성 면에서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갔지만, 디자인만큼은 팬들의 기대와 엇갈렸다.

루체를 ‘페라리답게’ 바꾼다면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사진=@nymammoth

뉴욕맘모스가 제안한 리디자인은 페라리 팬들이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루프라인과 벨트라인을 낮춰 차체를 납작하고 긴 실루엣으로 바꾸고, 둔탁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이드 글라스 라인을 슬릿형으로 정제했다.

호라이즌 라이팅을 더해 전면 인상에 날렵함을 더했으며, 탄소섬유 스플리터와 에어벤트 가니시, 파이브 스포크 레이싱 휠, 카본 사이드 스커트까지 추가해 슈퍼카 특유의 공격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공식 디자인이 아닌 팬 기반의 리디자인 제안이지만, 페라리 팬들이 루체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낸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페라리 루체 리디자인 렌더링 /사진=@nymammoth

페라리가 처음부터 외부 스튜디오에 디자인을 맡긴 것은 브랜드 전동화 전환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루체는 기존 마라넬로 공장이 아닌 별도 전용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질 예정으로, 전동화를 향한 구조적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다.

다만 브랜드의 감성적 유산을 새로운 미학으로 설득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뉴욕맘모스의 리디자인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팬들이 원하는 페라리의 모습과 브랜드가 선택한 방향 사이의 간극이, 이번 루체 논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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